안녕하세요, 문학정보입니다.
오늘은 수능완성 중 안조원의 가사 만언사 [2] 작품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완성의 작품의 주제 내용은 유배 입니다. 그럼 상세한 내용은 밑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안조원의 가사 만언사
안조원의 가사, 만언사 (萬言詞)
다 오르면 내려오고 가득하면 찌이나니
호사가 다마하여 화전충화 되었던지
인간에 일이 많고 조물의 시기런지
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정벽력 급히 치니
삼혼칠백 날아나니 천지인사 아올소냐
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 근 칼을 쓰고
수쇄족쇄 하온 후에 옥중에 갇히오니
나 지은 죄 헤아리니 여산약해 하겠구나
아깝다 내 몸이야 애달프다 내 일이야
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양전 하쟀더니
한 번 일을 그릇하니 불충불효 다 되었다.
회서자이막급하니 뉘우친들 무엇하리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며
어디서 식록지신이 죄짓자 하랴마는
대액(大厄)이 당전하고 눈조차 어두워서
마른 섶 등에 지고 열화(烈火)에 들기로다
재 된들 뉘 탓이며 살 가망이 없다마는
일명(一命)을 꾸이옵시어 해도(海島)에 내치시니
어와 성은(聖恩)이야 갈수록 망극(罔極)하다
강두에 배를 매고 부모친척 이별할 제
슬픈 울음 한숨소리 막막수운 머무는 듯
손잡고 이른 말씀 좋이 가라 당부하니
가슴이 막히거든 대답이 나올손가
여취여광하니 눈물이 하직일세
강상에 배를 띄니 이별시가 이 때로다
상천이 근심하니 부자 이별할 때로다.
요로일성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일대장강이 어느새 가로섰다.
풍편에 울음소리 공강을 건너오니
행인도 낙루(落淚)하고 내 가슴이 무여진다
호부일성(呼父一聲) 엎어지니 애고 소리 뿐이로다
*찌이나니나무 따위가 촘촘하게 난 것을 성기게 베이나니
*화전충화꽃밭에 불을 지른다는 뜻으로, 행복 속에 닥친 갑작스런 불행으르 의미함.
*삼혼칠백사람의 마음에 있는 세 가지 영혼과 일곱 가지 넋
*여불승의자신의 옷을 이겨 내지 못할 만큼 몸이 약함.
*충효양전충성과 효도를 둘 다 갖추는 일.
*회서제이막급일이 그릇된 뒤에 후회하여도 어찌할 수 없음
*식록지신나라의 녹을 먹는 신하
*꾸이옵시어꾸어주시어, 빌려주시어
*한소리크게 내지르는 소리
*막막수운아득히 멀리 있는 근심스러운 구름.
*여취여광술 취한 듯 미친 듯 이성을 잃은 상태
*요로일성노젓는 소리
*무여진다무너진다. 메어진다.
핵심정리
▶갈래 : 유배가사, 전편 2,916구, 속편 594구로 된 장편가사
▶구성 : 만언사라는 주가사와 만언답사, 사부모, 사처, 사자, 사백부로 구성
▶주제 : 귀양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
▶의의 : 김진형이 지은 장편 유배 가사인 <북천가>와 더불어 쌍벽
이해와 감상
유배 가사의 하나로, 조선 정조 때 대전별감이던 안조환이 지은 가사로 <사고향(思故鄕)>이라고도 한다.
작자가 주색에 빠져서 국고금을 축낸 죄로 34세 때 추자도에 귀양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지은 죄를 눈물로 회개하는 내용을 애절하게 읊었다. 이것이 임금에게 알려져 유배에서 풀려났다는 일화도 있다.
조위의 <만분가>, 김진형의 <북천가> 등과 아울러 유배문학에 속하는 가사이나, 다른 가사와는 달리 자신의 체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표백하여 놓은 사실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평가된다. 전편 2,916구, 속편 594구로 된 장편가사로, 3종의 필사본이 전하는데, 모두 한글로 쓰여졌다.
만언사는 주가사와 만언답사, 사부모, 사처, 사자, 사백부로 구성되어 있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총 3,500여구에 달한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주조를 이루며, 2․4조와 2․3조등도 보인다. 11세에 어머니 상을 당하고, 10여년간 외가에 의탁하였다가 후에 계모를 맞아 효행을 다하였던 일과 혼인하여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면서 행락에 빠지기도 하였던 일을 노래하였다. 이어서 벼슬하여 부귀가 번화하다가 유배형을 받게 된 일과, 유배길에 강두에서 부모친척과 이별하고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다시 전라도의 여주, 익산, 전주, 정읍, 나주, 영암을 거치면서 유배지인 추자도에 이르는 노정과 그 노정에서 느낀 바를 표현하였다. 다음에는 유배지의 물과 더위로 인한 고초와 보리밥과 소금과 장으로 연명하는 굶주림 등을 묘사하였다.
김진형이 지은 장편 유배 가사인 <북천가>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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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배가사
출제목록
2013 수능완성
2008년 9월 모의수능
작품 감상하기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보소 / 인생 천지간에 그 아니 느껴온가
평생을 다 살아도 다만지 백년이라 / 하물며 백년이 반듯기 어려우니
백구지과극이요 창해지일속이라 / 역려 건곤에 지나가는 손이로다
빌어온 인생이 꿈의 몸 가지고서 / 남아의 하올 일을 역력히 다 하여도
풀 끝에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 어와 내 일이야 광음을 헤어보니
반생이 채 못되어 六六에 둘이 없네 / 이왕 일 생각하고 즉금 일 헤아리니
번복도 측량없다 승침도 하도할사 / 남대되 그러한가 내 홀로 이러한가
아무리 내 일이라 내 역시 내 몰라라 / 장우단탄 절로 나니 도중상감 뿐이로다
부모생아 하오실 제 제 죽은 나를 나으시니 / 부귀공명 하려던지 절도고생 하려던지
천명이 기압던지 선방으로 서험한지 / 일주야 죽은 아해 홀연히 살아나네
평생길흉 점복할 제 수부강녕 가졌으니 / 귀양 갈 적 있었으며 이별순들 있었으랴
빛난 채의 몸이러니 노래자를 효측하여 / 부모앞에 어린 체로 시름 없이 자라더니
어와 기박하다 나의 명도 기박하다 / 십일세에 자모상에 호곡애통 혼절하니
그때나 죽었더면 이때 고생 아니 보리 / 한번 세상 두번 살아 인간행락 하려던지
종천지통 슬픈 눈물 매봉가절 몇 번인고 / 십년양육 외가은공 호의호식 그렸으랴
잊은 일도 많다마는 봉공무하 함이로다 / 어진 자당 들어오셔 임사지덕 가지시니
맹모의 삼천지교 일마다 법이로다
증모의 투저함은 날 믿어 아니시리 / 설리에 읍죽함은 지성이 감천이요
백이의 부마함은 효자의 할 바로다 / 입신하여 양명함은 문호의 광채로다
행세의 으뜸 일이 글 밖에 또 있난가 / 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세세히 숙독하고 자자이 외웠으니 / 읽기도 하려니와 짓긴들 아니하랴
삼월춘풍 화류시와 구추황국 단풍절에 / 소인묵객 벗이되어 음풍영월 일삼을 제
당시의 조격이요 송명시의 재치로다 / 문여필이 한가지라 어느 것이 다를손가
짓기도 하려니와 쓰긴들 아니하랴 / 번화감제 부벽서와 사치공자 병풍서를
왕우군의 보체런가 조맹부의 축체런가
여러가지 잘하기로 일시재동 일컫더니 / 오매구지 요조숙녀 전전반측 생각하니
동방화촉 늦어간다 이십년에 유실이라 / 유폐정정 법을 받아 삼종지의 알았으니
내조에 어진 처는 성가할 징조로다 / 유인유덕 우리 백부 구세동거 효측하여
일가지내 한데 있어 감고우락 같이 하니 / 의식분별 뉘 아던가 세간구처 내 몰래라
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귀댁 어디어디 / 장군문하 막빈인가 승상부중 기실인가
천금준마 환소첩은 소년 놀이 더욱 좋다 / 자극맥상 번화성은 나도 잠간 하오리다
이전 마음 전혀 잊고 호심광홍 절로 난다 / 백마왕손 귀한 벗과 유협경박 다 따른다
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라 알려지다
삼청운대 광통굔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 화조월석 빈 날 없이 주사청루 거닐 적에
만준향료 진취하고 절대가인 침닉하여 / 취대라군 고운 태도 청가묘무 회롱할 제
풍류호사 괴 뉘신고 주중선군 부러하랴 / 만사무심 잊었더니 일조홀연 양심 나네
소년놀이 그만하자 부모근심 깊으시다 / 맥상번화 자랑마라 구리화도 늦어간다
옛마음 다시 나서 하던 공부 고쳐하여 / 밤을 새워 낮을 이어 일시불철 하난고야
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 수삼년을 각고하니 무식지인 면하거다
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 어악원에 들어가서 금문옥계 문을 열어
디미니 천하온 몸이 천문근처 바랐으리 / 금의를 몸에 감고 옥식을 베고 있어
부귀에 싸였으며 번화에 잠겼세라 / 일진 겸대 삼사처는 궁임뿐이 아니로다
복과재생이라 소심봉공 잘못하여 / 삭관퇴거 하온 후에 칠일옥중 지내오니
곱던 의복 무색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 망극천은 가이 없어 희극환비 눈물 난다
어와 과분하다 천은도 과분하다 / 궁임겸대 망극천은 생각사록 과분하다
번화부귀 고쳐하고 금의 옥식 다시하여 / 장안 도상 넓은 길로 비마경구 다닐 적에
소비친척 강위친은 예로부터 일렀나니 / 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입신도 되다하고 양명도 하다하리 / 만사여의 하였으니 막비천은 모를소냐
충칙진명 알았으니 쇄신보국 하려던지 / 졸부귀가 불상이라 곤마복중 되겠고야
극성즉필패하고 흥진즉비래니라 / 다 오르면 나려오고 가들하면 넘치나니
호사가 다마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 인간작죄 많이 하여 화전중화 되었는지
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성벽력 급히치니 / 삼혼칠백 날아나서 천지인사 아올소냐
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근 칼을 쓰고 / 수쇄족쇄 하온 후에 사옥 중에 드단말가
나의 죄를 헤아리니 여산여해 하겠고야 / 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겸전 하잤더니 / 한 번 일을 그릇하고 불충불효 다 되겠다
회서자이 막급이라 뉘우친들 무상하리 /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어디서 식록지신이 죄 짓자 하랴마는 / 대액이 당전하니 눈조차 어둡고나
마른 섶을 등에 지고 열화에 듐이로다 / 재가 된들 뉘 탓이리 살 가망 없다마는
일명을 꾸이오셔 해도에 보내시니 / 어와 성은이야 가지록 망극하다
강두에 배를 대어 부모친척 이별할 제 / 슬픈 눈물 한숨소리 막막수운 머무는 듯
손잡고 이른 말씀 좋이 가라 당부하니 / 가슴이 막히거든 대답이 나올소냐
여취여광하여 눈물도 하직이라 / 강상에 배 떠나니 이별 시가 이 때로다
산천이 근심하니 부자 이별 함이로다 / 요도일성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일대장강이 어느덧 가로 서라 / 풍편에 우는 소리 긴 강을 건너 오네
행인도 낙루하니 내 가슴 미어진다 / 호부일성 엎더지니 애고 소리 뿐이로다
규천고지 아모련들 아니 갈길 되올소냐 / 범 같은 관차들은 수이 가자 재촉하니
할 일 없어 말게올라 앞 길을 바라보니 / 청산은 몇 겹이며 녹수는 몇 구빈고
넘도록 뫼이거늘 건너도록 물이로다 / 석양은 재를 넘고 공산이 적막한데
녹음은 우거지고 두견이 제혈하니 / 슬프다 저 새소리 불여귀는 무삼일고
네 일을 이름이냐 내 일을 이름이냐 / 가뜩이 헛튼 근심 눈물에 젖었어라
만수에 연쇄하니 내 근심 먹음은 듯 / 천림에 노결하니 내 눈물 뿌리는 듯
뜨던 말 재게 하니 앞 참은 어디메고 / 높은 재 반겨 올리 고향을 바라보니
창망한 구름 속에 백구비거 뿐이로다 /
경기땅 다 지나고 충청도 다다르니 / 계룡산 높은 뫼를 눈결에 지나쳤다
열읍의 관문 받고 골골이 점고하여 / 은진을 넘어 드니 여산은 전라도라
익살 지나 전주 들어 성시산림 들어보니 / 반갑다 남문 길이 장안도 의연하다
백각전 벌어지니 종각도 지내는 듯 / 한벽당 소쇄한데 조일이 높았세라
금구 태인 정읍 지나 정성 역마 갈아 타고 / 나주 지나 영암 들어 월출산을 돌아드니
만이천봉이 반공에 솟았는 듯 / 일국지명산이라 경치도 좋다마는
내 마음 아득하니 어느 겨를 살펴오리 / 천관산을 가리키고 달마산을 지나가니
불분주야 몇 날만에 해변으로 오단말가 /
바다를 바라보니 파도도 흉용하다 / 가이 없은 바다이요 한 없은 파도로다
태극조판 하온 후에 천지광대 하다거늘 / 하늘 아래 없사옴이 땅이런가 알았더니
즉금으로 볼 양이면 천하이 다 물이로다 / 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멈쳐 가네
나는 새도 못 넘을 데 제를 어이 가잔말고 / 때마침 서북풍이 내 길을 재촉난 듯
선두에 있는 백기 동남을 가리키니 / 천석 싣는 대중선에 쌍돛을 높이 달고
건장한 도사공이 배머리에 높게 서서 / 지곡총 한 곡조를 어사와로 화답하니
마디마다 처량하다 적객심회 어떠할고 / 회수장안 돌아보니 부운폐일 아니 뵌다
나가는 길 어인 길로 무심 일로 가는 길고 / 불로초 구하려고 삼신산을 찾아가니
동남동녀 아이어든 방사 서시 따라가랴 / 동정호 밝은 달에 악양루 오르랴나
소상강 궂은 비에 조상군 하랴는가 / 전원이 장무하니 귀거래 하옵는가
노어회 살쪘으니 강동거 하옵는가 / 오호주 흘리저어 명철보신 하랴는가
긴 고래 잠간 만나 백일승천 하랴는가 / 부모처자 다 버리고 어드러로 혼자 가노
우는 눈물 소이 되어 대해수를 보태인다 / 어디서 일편흑운 홀연광풍 무삼일고
산악 같은 높은 물결 배머리를 둘러치네 / 크나큰 배 조리 젓듯 오장육부 다 나온다
천은 입어 남은 목숨 마자 진케 되겠구나 / 초한건곤 한 영중에 장군기신 되려니와
서풍낙일 멱라수에 굴삼려는 불원이라 / 차역천명 할일 없다 일생일사 어찌하니
출몰사생 삼주야에 노 지우고 닻을 지니 / 수로 천리 다 지내어 추자섬이 여기로다
도중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태심이라 / 사면으로 돌아보니 날 알 이 뉘 있으리
보이나니 바다이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 벽해상전 갈린 후에 모래 모여 섬이 되니
추자섬 생길 제는 천작지옥이로다 / 해수로 성을 싸고 운산으로 문을 지어
세상이 끊쳤으니 인간은 아니로다 / 풍도섬이 어디메뇨 지옥이 여기로다
어디로 가잔 말고 뉘집으로 가잔말고 / 눈물이 가리우니 걸음마다 엎더진다
이 집에가 의지하자 가난하다 핑게하고 / 저 집에가 의지하자 연고 있다 칭탈하네
이집 저집 아모덴들 적객주인 뉘 좋다고 / 관력으로 핍박하고 세부득이 맡았으니
관차 더러 못한 말을 만만할손 내가 듣네 / 세간 그릇 흩던지며 역정내어 하는 말이
저 나그네 헤어보소 주인 아니 불상한가 / 이집 저집 잘사는 집 한두 집이 아니어든
관인네는 인정 받고 손님네는 혹언들어 / 구태어 내 집으로 연분있어 와 계신가
내 살이 담박한 줄 보시다야 아니 알가 / 앞뒤에 전답 없고 물 속으로 생애하여
앞 언덕에 고기 낚아 웃녘에 장사 가니 / 삼망 얻어 보리섬이 믿을 것도 아니로세
신겸처자 세 식구의 호구하기 어렵거든 / 양식없는 나그네는 무엇 먹고 살려는고
집이라고 서 불손가 기어들고 기어나며 / 방 한 간에 주인들고 나그네는 잘 데 없네
뛰자리 한 잎 주어 첨하게 거처하니 / 냉지에 누습하고 즘생도 하도할사
발남은 구렁배암 뼘남은 청진의라 / 좌우로 둘렀으니 무섭고도 증그럽다
서산에 일락하고 그믐밤 어두운데 / 남북촌 두세집에 솔불이 흐미하다
어디서 슬픈 소리 내 근심 더하는고 / 별표에 배 떠나니 노 젓는 소리로다
눈물로 밤을 새와 아침에 조반드니 / 덜 쓰른 보리밥에 무장떵이 한 종자라
한 술 떠서 보고 큰 덩이 내어놓고 / 그도 저도 아조 없어 굶을 적이 간간이라
여름날 긴긴 날에 배고파 어려웨라 / 의복을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남방염천 찌는 날에 빨지 못한 누비바지 / 땀이 배고 땀이 올라 굴둑 막은 덕석인가
덥고 검기 다 바리고 내암새를 어이하리 / 어와 내 일이야 가련히도 되었고나
손 잡고 반가는 집 내 아니 가옵더니 / 등밀어 내치는 집 구차히 빌어 있어
옥식진찬 어데 가고 맥반염장 대하오며 / 금의화복 어데 가고 현순백결 하였는고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 말하니 살았으나 모양은 귀신일다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한숨이라 / 도로혀 생각하니 어이 없어 웃음 난다
이 모양이 무슨 일고 미친 사람 되었고나 /
어와 보리 가을 되었는가 전산후산에 / 황금 빛이로다
남풍은 때때 불어 보리 물결 치는고나 / 지게를 벗어 놓고 전간에 굼일면서
한가히 뵈는 농부 묻노라 저 농부야 / 밥 위에 보리 술을 몇 그릇 먹었느냐
청풍에 취한 얼굴 깨연들 무엇하리 / 연년이 풍년드니 해마다 보리 베어
마당에 뚜드려서 방아에 쓸어내어 / 일분은 밥쌀하고 일분은 술쌀하여
밥먹어 배부르고 술먹어 취한 후에 / 함포고복하여 격앙가를 부르나니
농부의 저런 흥미 이런 줄 알았더면 / 공명을 탐치말고 농사를 힘쓸 것을
백운이 즐거온 줄 청운이 알았으면 / 탐화봉접이 그물에 걸렸으랴
어제는 옳던 일이 오늘이야 왼 줄 아니 / 뉘우쳐 하는 마음 없다야 하랴마는
범 물릴 줄 알았으면 깊은 뫼에 올라가며 / 떨어질 줄 알았으면 높은 나무에 올랐으랴
천동할 줄 알았으면 잠간 루에 올랐으랴 / 파선할 줄 알았으면 전세대동 실었으랴
실수할 줄 알았으면 내가 장기 벌였으랴 / 죄 지을 줄 알았으면 공명 탐차 하였으랴
산진메 수진메와 해동청 보라매가 / 심수총림 숙여 들어 산계야앙 차고 날제
아깝다 걸리었다 두 날개 걸리었다 / 먹기에 탐심나서 형극에 걸리었다
어와 민망하다 주인박대 민망하다 / 아니 먹은 헛 주정에 욕설조차 비경하다
혼자 말로 군말하듯 나 들으라 하는 말이 / 건너집 나그네는 정승의 아들이요
판서의 아우로서 나라에 득죄하고 / 절도에 들어와서 이전 말은 하도 말고
여기 사람 일을 배와 고기 낚기 나무 베기 / 자리치기 신삼기와 보리 동냥 하여다가
주인양식 보태는데 한 군데는 무슨 일로 / 하로 이틀 몇 날 되되 공한 밥만 먹으려노
쓰자하는 열 손가락 꼼작이도 아니하고 / 걷자하는 두 다리는 움작이도 아니하네
썩은 남게 박은 끌가 전당 잡은 촛대런가 / 종 찾으면 양반인가 빚 받으면 책주런가
동이성의 권당인가 풋낯의 친구런가 / 양반인가 상인인가 병인인가 반편인가
화초라고 두려 보며 괴석이라 놓고 볼까 / 은혜 끼친 일이 있어 특명으로 먹으려나
저 지은 죄 내 아던가 저의 서름 뉘 아던가 / 밤낮으로 우는 소리 한숨 지고 슬픈 소리
듣기에 즈즐하고 보기에 귀찮하다 / 한번 듣고 두번 듣고 통분키도 하다마는
풍속을 보아하니 해연이 막심하다
인륜이 없었으니 부자의 싸움이요 / 남녀를 불문하니 계집의 등짐이라
방언이 괴이하니 존갠인들 아올소냐 / 마만지 아는 ㄷ것이 손꼽아 주인 헴에
두 다섯 흩 다섯 뭇 다섯 꼽기로다 / 포박과 탐욕이 예의염치 되었음에
분전승합으로 효제충신 삼아있고 / 한둘 공덕으로 지효로 알았으니
혼정신성은 보리 담은 대독이요 / 출필고반필면은 돈 모으는 벙어리라
왕화가 불급하니 견융의 행사로다 / 인심이 아니어든 인사를 책망하랴
내 귀향 아니러면 이런 모양 보았으랴 / 조고마한 실개천에 발을 빠진 소경놈도
눈 먼 줄만 한탄하고 개천 원망 안하나니 / 임자 아녀 짖는 개를 꾸짖어 무엇하리
아마도 할 일 없이 생애를 생각하고 / 고기 낚기 하자하니 물머리를 어찌하고
나무 베기 하자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 자리치기 신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 탈 망건 갓 숙이고 홑 중치막 띠 끄르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세살 부채 차면하고 / 남초 없는 빈 담뱃대 소일 조로 가지고서
비슥비슥 걷는 걸음 걸음마다 눈물 난다 / 세상인사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엊그제는 부귀자요 오늘 아침 빈천자라 / 부귀자 꿈이런가 빈천자 꿈이런가
장주호접 황홀하니 어느 것이 정 꿈인고 / 한단치보 꿈인가 남양초려 큰 꿈인가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 몽중흉사 이러하니 새벽 대길 하오리다
가난한 집 지내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고 / 사립문을 드자할가 마당에 섰자하랴
철없는 어린 아해 소 같은 젊은 계집 / 손가락질 가라치며 귀향다리 온다하니
어와 고이하다 다리 지칭 고이하다 /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토다리라
춘정일 십오야 상원야 밝은 달에 / 장안시상 열 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옥호금준은 다리다리 배반이요 /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웃다리 아래다리 석은다리 헛다리 / 철물다리 판자다리 두다리 돌아 들어
중촌을 올라 광통다리 굽은다리 수표다리 /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 겻다리라
도로 올라 중학다리 다리 나려 향다리요 /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향다리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 손과 다리 머다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한 층을 조금 높여 손이라나 하여주렴 /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말이 나오더냐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내 허리 가이 없어 비부에게 절이로다 / 내 인사 차서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혼자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 그 집사람 눈치알고 보리 한 말 떠서주며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 동냥 예사오니 /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니 / 어느 노비 수운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 중치막 어찌할고 /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오니 / 존전의 출입인가 한출첨배 하는고야
저 주인 거동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 양반도 할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귀빈도 속절 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 밥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 밥 많이 먹소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하랴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삼기나 하자하고 / 짚 한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조희 노도 모르거든 샛기꼬기 어이하리 /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가락이 부르트니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내어 /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이 내 마음
부칠 데 전혀 없어 노꼬기에 부치었다 /
날이 가고 밤이 새니 어느 시절 되었는고 / 오동이 낙엽하고 금풍이 소슬하니
하목은 제비하고 추언은 일색일 제 / 황국 단풍이 금수장이 되었으며
만산초목이 잎잎마다 추성이라 / 새벽 서리 치는 날에 외기러기 슬피우니
고객이 먼저 듣고 임 생각이 새로와라 /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 보고지고
나래 돋힌 학이 되어 날아가서 보고지고 / 만리장천 구름되어 떠나가서 보고지고
낙락장송 바람되어 불어가서 보고지고 / 오동추야 달이 되어 비취어나 보고지고
북벽사창 세우되어 뿌려서나 보고지고 / 추월춘풍 몇몇 해를 주야불리 하옵다가
전신만수 머다 머되 소식조차 둔절하니 / 철석간장 아니어든 그리움을 견딜소냐
어와 못 잊을다 임을 그려 못 잊을다 / 용문검 태아검에 비수검을 손에 쥐고
청산리 벽계수를 힘까지 버히어도 / 끊어지지 아니하고 한 데 이어 흐르나니
물 버히는 칼도 없고 정 버히는 칼도 없네 / 물 끊기도 어려우니 마음 끊기 어이하리
용문지적 가비업고 옥정지수 흐리오며 / 임 그리는 마음이야 변할 길이 있을소냐
내 이리 그리운 줄 임이 혈마 잊었으랴 / 풍운이 흩어져도 모도힐 때 있었으니
엄상이 차다한들 우로가 아니오라 / 울음 울어 떠난 임을 웃음 웃어 만나고저
이리저리 생각하니 가삼 속에 불이 난다 / 간장이 다 타오니 무엇으로 끄잔 말고
끄기가 어려울 손 오장의 불이로다 / 천상수 얻어오면 끌 법도 있건마는
알고도 못 얻으니 셔가 바타 말이 없네 / 차라리 쾌히 죽어 이 설움을 잊자하고
포구사변 혼자 앉아 종일토록 통곡하며 / 망해투사 하려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적적중문 굳이 닫고 천사만상 다 바리고 / 불식아사 하랴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일각삼추 더디 가니 이 고생을 어찌할꼬 / 시비에 개 짖으니 나를 놓을 관문인가
반겨서 바라보니 황어파는 장사로다 / 바다에 배가 오니 사문 갖은 관선인가
일어서서 바라보니 고기 낚은 어선이라 / 하로도 열두 시에 몇 번을 기다린가
설움 모여 병이 되니 백 가지 병 한데 난다 / 배고파 허기증과 몸추워 냉증이요
잠 못들어 현기나고 조갈증은 예증이라 / 술로 드온 병이오면 술을 먹어 고치오며
임으로 든 병이오면 임을 만나 고치나니 / 공명으로 든 병에는 공명하여 고치잔들
활을 맞고 놀란 새가 살바지에 앉자하랴 / 신농씨 꿈에 만나 병 고친 약을 물어
청심환 회심단에 강심탕을 먹었은들 / 천금준마 잃은 후에 외양집을 고침이랴
갖은 성냥 다 배호자 눈 어두운 모양일다 /
어와 이 사이에 해 벌써 저물었다 / 청추가 다 지나고 엄동이 되단말가
강촌에 눈 날리고 북풍이 호로하여 / 산하 산상에 백옥경이 되었으니
십이루 오경을 일실로 통하도다 / 저 건너 높은 뫼에 홀로 섰는 저 소나무
오상고절은 내 이미 알았나니 / 광풍이 아무련들 겁할 것이 없거니와
도채 멘 저 초부야 행여나 찍으리라 / 동백화 피온 꽃은 눈 속에 붉었으니
설만장안에 학정홍과 의연하다 / 엊그제 그런 바람 간밤의 이런 눈에
높은 절 고운 빛이 고침이 없었으니 / 춘풍에 도리화는 도로혀 부끄럽다
어와 외박하니 설풍에 어찌하리 / 보선 신발 다 없으니 발이 시려 어이하리
하물며 찬 데 누워 얼어 죽기 편시로다 / 주인의 근력 빌어 방반간 의지하니
흙바람 발랐은들 종이 맛 아올손가 / 벽마다 틈이 벌어 틈마다 버레로다
구렁 지네 섞여있어 약간 버레 저허하랴 / 굵은 버레 죽어내고 적은 버레 던저주네
대을 얽어 문을 하고 헌 자리로 가리오니 / 적은 바람 가리온들 큰 바람 어찌하리
도중의 나무 모와 조석밥 겨우 짓네 / 간난한 손의 방에 불김이 쉬울소냐
섬거적 뜯어 펴니 선단 요히 되었거늘 / 개가죽 추켜 덮고 비단이불 삼았세라
적무인 빈 방안에 게발 물어 던지드시 / 새우잠 곱송거려 긴긴밤 새와 날제
우흐로 한기들고 아래로 냉기올라 / 일홈도 온돌이나 한데만도 못하고야
육신이 빙상되어 한전이 절로 날제 / 송신하는 솟대런가 과녁 맞은 살대런가
사풍세우 물풍진가 칠보광의 금나빈가 / 사랑 만나 안고 떠나 겁난 끝에 놀라 떠나
양생법을 모르거든 고치조차 무삼일고 / 눈물 흘려 베개 젖어 얼음조각 비석인가
새벽닭 홰홰우니 반갑다 닭의 소리 / 단봉문 대루원에 대개문 하던 때라
새로이 눈물지고 장탄식 하던 때에 / 동창이 이명하고 태양이 높았으니
게을리 일어 앉아 굽은 다리 펴올 적에 / 삭다리를 조기는 듯 마디마디 소리 난다
돌담뱃대 잎난초를 쇠똥불에 부쳐 물고 / 양지를 따라 앉아 웃에 이 주어낼 제
아니 벗은 험은 머리 두 귀 밑을 덮어 있네 / 내 형상 가련하다 그려내어 보내고저
이 정의 깊은 정을 만에 하나 옮기시면 / 오늘날 이 고생은 몽중사 되련마는
기러기 지난 후에 척서도 못 전하니 / 초수오산 천만첩에 내 그림을 뉘 전하리
사랑옵다 이 볕이야 얼었던 몸 녹는고나 / 백년골 쪼이온들 싫다야 하랴마는
어이한 쪼각구름 이따금 그늘지니 / 찬바람 지나칠 제 볕을 가려 아처롭다
오늘도 해가 지니 이 밤을 어찌 샐고 / 이 밤을 지내온 후 오는 밤을 어찌하리
잠이라 없거들랑 밤이나 짜르거나 / 하고 한 밤이 오고 밤마다 잠 못 들어
그리온 이 생각하고 살뜰히 애석일 제 / 목숨이 부지하여 밥 먹고 살았으니
인간만물 생긴 중에 낱낱이 헤어 보니 / 모질고 단단한 이 날 밖에 또 있는가
심산중 백악호가 모질기 날 같으며 / 독 깨치는 철몽둥이 단단하기 날 같으랴
가슴이 터지오니 터지거든 <굼 ㄱ>을 뚫어 / 고모 창자 세살 창자 완자창을 갖초 내어
이같이 답답할 제 여닫혀나 보고지고 / 어와 어찌하리 혈마한들 어찌하리
세상귀향 나뿐이며 인간이별 나 혼자랴 / 소무의 북해고생 돌아올 때 잊었으니
내홀로 이 고생을 귀불귀 혈마하랴 /
무삼 일로 마음 붙여 이 설움 잊자하리 / 자른 낫 손에 쥐고 뒷동산 올라가서
풍상이 섞여친데 만목이 소슬하고 / 천고절 푸른 대는 봄빛이 혼자로다
곧은 대 베어 내어 가리쳐 다듬오니 / 발 가옷 낚싯대라 좋은 품이 되리로다
청올치 꼬은 줄이 낚시 메어 둘러메고 / 이웃집 아희들아 오늘이 날이 좋다
새바람 아니 불고 물결이 고요하여 / 고기가 물 때로다 낚시질 함께가자
파립을 잣게 쓰고 망혜를 조여 쓰고 / 조대로 나가가니 내 놀이 한가롭다
원근산천이 홍일을 띄었으니 / 만경창파에 오로지 금빛이라
낚시를 들이치고 무심히 앉았으니 / 은린옥척이 절로 와 무는구나
구타야 취어하랴 자취를 취함이라 / 낚시대를 떨떠리니 잠든 백구 다 놀란다
백구야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닐다 / 네 본대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
평생에 괴던 임을 천리에 이별하니 / 사랑함도 좋거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니
수심이 첩첩하여 마음을 둘 데 없어 / 흥없은 일간죽을 실없이 던졌으니
고기도 물잖거든 하물며 너 잡으랴 / 그려도 모르거든 네게 있는 긴 부리로
내 가슴 쪼아 헤쳐 붉은 마음 내어 놓고 / 자세히 살펴보면 하마 거의 알리로다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 성세에 한민되어 너 좇아 예 왔노라
날보고 나지마라 네 벗이 되오리라 / 백구와 수작하니 낙일은 창창하다
낚대의 줄 거두어 낚은 고기 뀌어 들고 / 강촌으로 돌아 들어 주인집 찾아오니
문앞에 짖던 개는 날보고 꼬리친다 / 난감한 내 고생이 오랜 줄 가지로다
짖던 개 아니 짖고 임자도 되는고나 / 반일을 잊은 시름 자연히 고쳐나니
아마도 이 내 시름 잊을 길 어려워라 /
강천에 월락하고 은하수 기우도록 / 방등은 어데 가고 눈을 감고 앉았는고
참선하는 노승인가 통경하는 맹인인가 / 팔도강산 어느 절에 중 소경 누가 본가
누은들 잠이 오며 기다린들 임이 오랴 / 내 헴이 무삼 헴고 이다지 많삽더고
남경장사 남경 가니 반전장사 밋졌는가 / 이 헴 저 헴 아무 헴도 그만 헤면 다 헤려니
헤다가 다 못 헤니 무한한 헴이로다 / 갓없은 미친 설움 눌 찾아 한잔말고
남초가 벗이 되니 내 설움 위로하니 / 먹고 떨고 담아 부쳐 한 무릎에 사오대라
현기나고 두통하니 설움 잠간 잊히온들 / 오래기야 오랠손가 홀연 다시 생각하니
이 일이 무삼 일고 내 몸 어이 여기 온고 / 번화고향 어데 두고 적막절도 들어온고
오량각 어데 두고 두옥반간 의지한고 / 안팎 장원 어데 가고 죽창문 달았으며
서화도벽 어찌하고 흙바람벽 되었으며 / 산수병풍 어데 가고 갈 밭 한 떼 둘렀으며
각장장판 어데 가고 갈자리를 깔았으며 / 경주탕건 어데 가고 봉두난발 되었으며
안팎보선 어데 가고 다목발이 별거하며 / 녹피당혜 어데 가고 육총짚신 신었으며
조반점심 어데 가고 일중하기 어려우며 / 사환노비 어데 가고 고공이가 되단말고
아침이면 마당쓸기 저녁이면 불때히기 / 볕이 나면 쇠똥치기 비가 오면 도랑치기
들어가면 집지키기 보리멍석 새날리기 / 거처번화 의복사치 나도 전에 하였더니
좋은 음식 맛난 맛은 아마 거의 잊었세라 /
설움에 쌓였으니 날 가는 줄 모르더니 / 헤엄없는 아해들은 묻지도 않은 말을
한 밤 자면 제덕 오니 떡국 먹고 ㅇ노자네 / 아해 말을 신청하랴 여풍다이 들었더니
남녁 이웃 북녁 집에 나병소래 들리거늘 / 손을 꼽아 헤어보니 오늘 밤이 게석일다
타향의 봉가절이 이 뿐이 아니로다 / 상빈명조에 또 한 해 되는고나
송구영신이 이 한 밤뿐이로다 / 어와 상품 그렇던가 저녁 밥상 그렇던가
예 못 보던 네모반에 수저 갖춰 장 김치에 / 나락밥이 돈독하고 생선 토막 풍성하다
그려도 설이로다 배부르니 설이로다 / 고향을 떠나온 지 어제로 알았더니
내 이별 내 고생이 격년사 되었구나 / 어와 섭섭하다 정초문안 섭섭하다
북당쌍친이 백발이 더 하시고 / 공규화조는 얼마나 늦었는고
오세에 떠난 자식 육세아 되었고나 / 내 아녀 임이라도 내 설움은 설다하리
천리일별에 해 벌써 바뀌도록 / 일자가신을 꿈에나 들었을까
운산이 막혔는 듯 하해가 가렸는 듯 / 의창전 한매소식 물어볼 길 전혀 없네
바닷길 일천리가 머다도 하려니와 / 약수 삼천리에 청조가 전신하고
은하수 구만리에 오작이 다리 놓고 / 북해상 기러기는 상림원에 날아나니
내 가신 어이 하여 이다지 막혔는고 / 꿈에나 혼자 가서 고향을 보련마는
원수의 잠이 올 제 꿈인들 아니 꾸랴 / 흐르나니 눈물이요 지으나니 한숨이라
눈물인들 한이 있고 한숨인들 끝이 있지 / 내 눈물이 모였으면 추자섬이 생겼으며
이 한숨이 쌓였으면 한라산을 덮었으니 / 해안에 낙조하고 어촌에 연기 날 제
사공은 어데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 산상구적 소리는 소 모는 아해로다
자는 새는 투림하여 옛집으로 날아드니 / 금수도 집이 있어 돌아갈 줄 알았는가
사람은 무삼일로 돌아갈 줄 모르는고 / 뵈는 것이 다 설으고 듣는 것이 다 슬프니
귀먹고 눈 어두워 듣고 보지 말고라지 / 이 설음 오랠 줄을 분명히 알 양이면
할 일은 결단하여 만사를 잊으리니 / 나 죽은 무덤 위에 논을 갈지 밭을 갈지
일도혼백이야 있을런지 없을런지 / 시비분별이야 없을런지 있을런지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 불어 서리 칠지 / 의의천의를 알기가 어려워라
촌촌간장이 구비구비 썩는구나 /
간밤에 부던 바람 천산에 비 뿌리니 / 구심동군이 춘광을 자랑는 듯
미쁠손 천지마음 봄을 절로 알게하니 / 나무나무 잎이 피고 가지가지 꽃이로다
방초는 처처한 데 춘풍소리 들리거늘 / 눈 씻고 일어 앉아 객창을 열쳐 보니
창전에 수지화는 웃는 듯 하였고나 / 반갑다 저 꽃이여 예 보던 꽃이로다
낙양성중에 저 봄빛 한 가지요 / 고향원상에 이 꽃이 피었는가
간 해 오늘날에 웃음웃어 보던 꽃은 / 청준의 술을 부어 꽃꺽어 헴을 놓고
장진주 노래하여 무진무진 먹자할 제 / 네 번화 질김으로 저 꽃을 보았더니
올해 이 날에 눈물 뿌려 보는 꽃은 / 아침에 나쁜 밥이 낮 못되어 시장하니
박잔에 흐린 술이 값없이 쉬울손가 / 내 고생 슬픔으로 저 꽃을 다시 보니
전년 꽃 올해 꽃은 꽃빛은 한가지나 / 전년 사람 올해 사람 인사는 다르도다
인생고락이 수유잠의 꿈이로다
이렁저렁 허튼 근심 다 후리쳐 던져 두고 / 의복 그려 하는 설움 목전 설움 난감하다
한 벌 의복 입은 후에 춘하추동 다 진하니 / 아마도 이런 옷은 내 옷밖에 또 없으리
여름에 하 더울 제 겨울을 바랐더니 / 겨울이 하 치우니 도로 여름 생각하네
쓰오신 망건인가 입으신 철갑인가 / 사시에 하동없이 춘추만 되었고저
발굼치 드러나니 그는 족히 견디어도 / 바지 밑 터졌으니 이 아니 민망한가
내 손수 깁자하니 기울 것 바이 없네 / 애궂은 실이로다 이리 얽고 저리 얽고
고기 그물 걸어맨 듯 꿩의 눈 찍어낸 듯 / 침재도 그지없고 수품도 사치롭다
좀전에 적던 식량 크기는 어쩐 일고 / 한 그릇 담은 밥은 주린 범의 가재로다
조반석죽이면 부가옹 부러하랴 / 아침은 죽이더니 저녁은 그도 없네
못먹어 배고프니 허리띠 탓이런가 / 허기져 눈 깊으니 뒤꼭도 거의로다
정신이 아득하니 운무에 쌓였는가 / 한 되 밥 쾌히 지어 슬카지 먹고파져
이러한들 어찌하며 저러한들 어찌하리 / 천고만상을 아모련들 어찌하리
의복이 족한 후에 예절을 알 것이고 / 기한이 작심하면 염치를 모르나니
궁무소 불위함은 옛사람의 이른 바라 / 사불관면은 군자의 예절이요
기불탁속은 장부의 염치로다 / 질풍이 분 연후에 경초를 아옵나니
궁차익견하여는 청운에 뜻이 없어 / 삼순구식을 먹으나 못 먹으나
십년일관을 쓰거나 못 쓰거나 / 염치를 모를 것가 예절을 바랄 것가
내 생애 내 벌어서 구차를 면차하니 / 처음에 못 하던 일 나종은 다 배혼다
자리치기 먼저 하자 틀을 꽂아 나려놓고 / 바늘대를 뽐내면서 바디를 드놓을 제
두 어깨 문어지고 팔과 목이 부러진다 / 멍석 한 잎 들었으니 돈 오분이 값이로다
약한 근력 강작하여 부지런을 내자하니 / 손뿌리에 피가 나서 조희 골모 얼리로다
실 같은 이 잔명을 끊음즉도 하다마는 / 아마도 모진 목숨 내 목숨뿐이로다
인명이 지중함을 이제와 알리로다 / 누구서 이르기를 세월이 약이라도
내 설움 오랠사록 화약이나 아니 될가
날이 지나 달이 가고 해가 지나 돐이로다 / 상년에 비던 보리 올해 고쳐 비어 먹고
지난 여름 낚던 고기 이 여름에 또 낚으니 / 새 보리밥 담아 놓고 가삼 맥혀 못 먹으니
뛰든 고기 회를 친들 목이 메어 들어가랴 / 설워함도 남에 없고 못견딤도 별로하니
내 고생 한 해 함은 남의 고생 십년이라 / 흉즉길함 되올는가 고진감래 언제 할고
하나님께 비나이다 설은 원정 비나이다 / 책력도 해 묵으면 고쳐 쓰지 아니하고
노호염도 밤이 자면 풀어져서 버리나니 / 세사도 묵어지고 인사도 묵었으니
천사만사 탕척하고 그만 저만 서용하사 / 끊쳐진 옛 인연을 고쳐 잇게 하옵소서
☞ 만언 답사(萬言答詞)
이보소 손님네야 설운 말 그만하고 / 광부의 말이라도 성인이 가리시니
시골말이 무식하나 내 말삼 들어보소 / 천지인간 큰 기틀에 존비귀천 짜여 내어
하로 한 때 근심없어 다 졸길이 뉘 있을고 / 바다에도 진퇴있어 조석수가 있사오니
춘추하동 사시 때도 한서온량 돌아오니 / 부귀엔들 물칠하여 몸에 붙여 두었으며
공명인들 끈을 달아 옆에 채워 있을손가 / 손님 팔자 좋다한들 고생인들 매양할가
요금정옥 경대부와 금지옥엽 귀공자도 / 절도고생 다지내고 손님뿐이 아니어늘
그대도록 설워하며 저대도록 애를 썩여 / 귀양살이 애쓰나니 쾌히 죽어 모르자니
망해투사 하랴는가 불식아사 하랴는가 / 자문이사 하랴는가 음독이사 하랴는가
설운 사람 다 죽으면 조선사람 반이 되고 / 귀양가서 다 죽으면 도중적객 뉘 있을고
녹음방초 욱어진 데 두견 슬피 우는 곳에 / 만고영웅 묻친 뫼이 몇몇인 줄 몰으오니
설워 죽은 시체 없고 애써 죽은 분묘없네 / 손님 얼굴 보아하니 피골상련 하였세라
조희 붙인 배롱인가 두 눈 박은 수숫댄가 / 십오리에 장승인가 열나흗날 제융인가
상성한 광인인가 실혼한 병인인가 / 검은 눈 희게 뜨고 북녘만 바라볼 제
밭 가온대 새 날리는 정의아비 모양이니 / 부러 죽지 아녀서도 병입골수 하였으니
이 병 저 병 천만병에 그린 상사일병인가 / 천리작향 혈혈하되 물 한 숭 뉘 떠주며
화타편작 다시와도 손님 병은 할 일 없네 / 호호탕탕 뜬 혼백이 망향대를 지나갈 제
죽은 이는 쾌타 하나 산 부모를 어이할고 / 상명지통 깊었으니 불효 아니 막대한가
동생 하나 어리다니 부모봉양 뉘가 할고 / 생전불효 뉘우치며 사후불효 마자할가
규리홍안 젊은 아내 그도 아니 가련한가 / 평생일신 조묘 굿기 손님네게 달렸다가
하도 아참 이별하고 적적공방 홀로 있어 / 지금까지 살았기는 형여 다시 만나볼가
아침까지 받겨 들고 저녁 등화 위로하여 / 어린 아들 쓰다듬어 눈물 흘러 하는 말이
너 아바님 언제 올고 오시거든 절하여라 / 맺힌 근심 살뜬 간장 촌촌히 썩이면서
의복 보선 지어 두고 의불의를 보랴하고 / 삼시출망 하는 눈이 뚫어지게 되었다가
명정삽선 앞세우고 검은 관이 올라가면 / 바라는 데 끊쳐지고 일신 아조 마치나니
오월비상 슬픈 눈물 구소운간 사무치리 / 유명 다른 혼백인들 쾌한 마음 있을손가
그 때에야 뉘오친들 죽은 사람 다시 살가 / 염라왕께 원정하고 인간환생 설사한들
부모 어찌 알아보며 홍안박명 할 일 없네 / 천사만사 헤아리고 사생지간 가리어서
죽은 후에 편타 말고 살아 고생 한 때 하소 / 인간오복 수위선은 손님네도 모르시나
그릇한 일 뉘우쳐서 애달프다 너무 마소 / 인개성인 아니어든 진선진미 쉬울손가
기왕은 불간하니 내자를 가취로다 / 내 인사를 닦은 후에 하늘 명을 기다리소
청과청비 하오시니 손님 고액 대 끝에서 / 삼년이니 잠간 조금 기다리오 어와 손님네야
다시 내 말 들어보소 그도 저도 다 바리고 / 망극천은 잊으실가 은린옥척 낚아다가
해소함도 천은이요 나무 베어 불 때어서 / 온숙함도 천은이요 북창청풍 누었을 제
한가함도 천은이요 만경창파 바람불 제 / 장관함도 천은이요 나아가도 천은이요
물러가도 천은이라 손님 몸 죽으시면 / 큰 죄가 둘이로세 부모를 잊으시니
불효도 되려니와 천은을 또 잊으니 / 불충이 아니런가 한 죄도 어렵거든
두 죄를 다 지오니 아모리 혼백인들 / 무엇이 되려시나 돌에가 의지하여
석귀가 되려시나 물에가 의지하여 / 수귀가 되려시나 흙에가 의지하여
토귀가 되려시나 여기 저기 의지 없어 / 뜬귀가 되려시나 이것 저것 일홈 없어
잡귀가 되려시나 이렁저렁 빌어 먹어 / 걸귀가 되려시나 아모 것도 못 먹어서
아귀가 되려시나 두억신이 되려시나 / 독갑이가 되려시나 적막공산 궂은 비에
우는 귀신 되려시나 어와 손님네야 / 마음을 고쳐 먹어 죽잔 말 다시 말고
살아 할 일 헤어 보소 손님 풀려 가오실 제 / 서울 구경 나도가세 강두에 배 닿일 제
무슨 배를 닿일는고 독대선에 황대선에 / 먼정이에 대중선에 어망선에 거북선에
장도리에 거루선에 동서남북 부는 바람 / 무슨 바람 부올는고 놉바람에 늦바람에
하니바람 마파람에 다른 바람 부지 말고 / 남병산 칠성단에 제갈공명 비던 바람
동남으로 일어나서 반공에 뜬 구름을 / 서북으로 이동할 제 지곡총 배 띄워라
어사와 돛 달아라 고예승류 한가로이 / 무삼 노래 부르실고 상사별곡 춘면곡은
이별조라 마오시고 어부사에 말을 섞어 / 손님 지어 부르시고 광관일성에 산수가
푸르렀다 배에 앉은 저 어옹이 한 어깨 / 높았세라 해불양파하니 성인의 시절이뇨
산하의 굳음이여 만만세지 무궁이라 / 금능에 배를 띄워 술집으로 향하는 듯
추칠월 기망야에 소동파의 놀음인 듯 / 동정호 칠백리에 악양루 어데매뇨
이수가 중분하니 백로주 여기로다 / 중류격즙 생각하니 옛 일도 역력하다
하우씨 치홍수는 공업도 크시었다 / 황룡이 부주하니 성인을 모르던가
소상강 큰 바람은 이비의 신령이라 / 진황의 사오나옴 자기산은 무삼 일고
범여의 오호주와 장한의 강동감은 / 명철보신 하였노라 착한 체 자랑마소
임군을 싫담이니 옳은 일 아니로세 / 후세에 유명하나 내 아니 부러하리
묻노라 동남동녀 불로초 캐었느냐 / 있는 데 나도 가서 한 포기 캐어다가
구중궁궐에 우리 임께 드리옵고 남은 것 / 가져다가 북당에 올리리라 범급전산
훌후산하니 수로천리 지척일다 배 부쳐라 / 돛 지어라 육지산천 둘러 보소 울 제 울고
보던 뫼를 오늘 웃고 보리로다 기쁜 흥 / 못 이기어 명산대찰 찾으실 제 배진의
달마산은 미황사가 대찰이요 영암의 / 월출산은 도갑사가 큰 절이라 주현군읍
지나가며 남방풍경 열람하니 건지산을 / 다시 보고 계룡산을 고쳐 지나 경기남산
반가와라 손님 보고 마조 웃네 동작강 / 배 저어라 십리사장 얼른지나 돌모로
지나치고 청파다리 너머 들어 숭례문 / 들어가니 오색구름 어린 곳에 기린봉황
넘노는 듯 단기도 반공하다 주야불망 / 바라면서 그리던 곳 아니런가 전세 불러
고두하고 만세무궁 축수하네 장안시장 / 즐비하고 대평기상 번화하다 방방곡곡
돌아 드니 손님집이 거기로세 부모처자 / 마조 나와 손을 잡고 반겨하니 울음 끝에
웃음 나고 지낸 고생 허사로다 갈충보국 / 힘을 쓰니 부모봉양 절로 나네 백부은정
잊지 말고 귀한 아들 성취하여 조강지처 / 한가지로 영화부귀 누리실 제 이때 고생
이 설움을 잊지말고 외왔다가 잡잡고 / 웃으면서 옛 말슴 하오실 제 그 때
내 말 생각하고 상풍 올라 하오시리 / 이 말 저 말 시골 말이 열되들이 정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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